“아, 저 집 이사 안 가나? 저 차만 없으면 이 골목이 참 평화로울텐데…” 라는 한숨과 함께 내뱉은 제 말을 듣자마자 영철이 말했어요. “아…무엇무엇이 없어야 평화롭다니"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모모에서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를 불편한 존재를 배제하거나 삭제하고 남은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평화라고 표현하거든요.
피스모모 사무실은 골목 가장 끝 주택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상시적으로 대문 앞에 주차하는 이웃이 있어 몇 개월간 속이 상해오던 차였어요.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으로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싶은데, 그 차가 대문 절반을 막아두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여러 경로로 소통을 시도하던 중, 차를 몰고 나가시려는 차주분을 마주친 모모들이 그 분을 사무실로 초대했습니다. 커피 한 잔 내려드리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골목이 공용공간인데, 내 차 주차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공용공간인데!! 하시는 그 분과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구독자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까요?
피스모모는 평화를 커먼즈(peace as commons)라 이야기하는데, 그 분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골목은 실제 도로가 아니고 현황도로이며 그 골목에 피스모모 사무실이 위치한 주택의 대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사유지'론을 펼쳐야 했어요. 그 사유지를 설명하며 지적도를 펼쳐두고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려다 보니,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이상한거예요.
그래서 그 분께 마음을 담아 말씀드렸어요. 이 공간은 ‘모두를 환대하고 싶은 공간'이라고, 선생님의 차로 대문의 절반을 막아두시는 것이 이 공간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그간 주차와 관련해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오신 것은 알지만, 우리가 잘 조율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긴장이 팽팽했던 분위기가 아주 조금씩 누그러지고, 결과적으로 대문 바로 앞은 막지 않는 것으로, 그리고 가능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에는 차량을 옆 비어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해주시기로 협의하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피스모모가 원하는 환하게 열린 대문을 골목 초입부터 볼 수 있지는 않을거예요. 가끔씩은 절반이 가려진 피스모모의 대문을 보시게 되겠지요. 대문의 절반이 차로 가려져 있어도, 피스모모의 환대는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아요. 차를 지나 조금만 더 오시면 예쁜 화단과 함께 피스모모가 기다리고 있을게요.
매일매일 안부를 나누는 골목이웃들이 생기고, 피스모모에게 정말 마을이 생겼다는 걸 실감해요. 평화와 배움, 평화와 일상을 연결하는 그 과정들이 매우 구체적인 실체로 성큼성큼 삶에 들어서고 있답니다. 팽팽한 긴장과 날선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도 ‘모모답게' 이야기 나누려고 노력하다보니 대화마치고 난 시간 오전 11시에 이미 퇴근해야 하는 기력소진에 도달했지만!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 과정을 함께 겪어가며 ‘피스모모-다움'을 생각하는 날들입니다.
아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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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6월 1일 토요일, 약속 있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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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립니다. 피스모모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진 고유한 존재들과 함께 매해 퍼레이드에 참여해오고 있는데요.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거나 부정하는 일상들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축하하고, 함께 걸으며 서로를 환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경험은 참 짜릿해요.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선언하는 것을 넘어 '우리'라는 범위를 확장하고, 그 경계를 낯설게 보는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를 앞두고 역시 함께 질문하고, 생각해보면 좋을 이슈가 있어 소개해요.
- 2022년 이후로, 초국적 제약회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파트너십 기업으로서, 행진의 차량 단위로서 참여하고 있어요. 길리어드는 HIV치료제를 판매하는 회사인데요. 치료제를 독점하여 비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HIV감염인의 의약품접근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어요.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은 길리어드가 퀴어퍼레이드 후원 및 참여를 통해 성소수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에이즈 감염자의 생명을 담보로 지속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핑크워싱이라고 규탄해왔어요. 관련된 논평을 공유합니다.
- 주한미국대사관은 2015년부터, 주한영국,독일대사관은 2016년부터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고, 이번 퍼레이드에는 파트너십 단체로서 참여하는데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세 국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왔고, 성소수자 운동과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해당 결정을 비판해요. 세 국가의 부스 운영 및 파트너십 참여는, 팔레스타인 침공과 학살을 정당화하는 핑크워싱에 해당한다는 거죠. 긴급행동은 당일 2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여 캠페인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두 운동의 연대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피스모모도 성소수자 가시화를 위한 축제와 함께 논쟁적인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일이 양립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생각을 안전하게 나눌 수 있을 때, 더 나은 대안과 결정이 가능할테니까요. 여러 입장들을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또 지지하며, 피스모모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주최 집회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모두 참여하려고 합니다. 6월 1일, 피스모모와 함께 하실 분들은 하단 링크를 통해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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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교 및 기관들과 함께 여러분들과 만나 교육연수도 진행했고요.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 프로그램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고, 진행자들의 공부모임도 진행되고 있고, 하루하루 알차게 채워왔답니다. 그 중, 몇 가지 소식을 아래 추려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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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어린이날 행사에서 총기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4년 5월 5일의 풍경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도 불립니다.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라는 이름의 날들이 있죠. 학교가, 교육청이, 어린이에게 군대 권하는 5월, 해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에게 군대 권하는 사회,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요? |
안녕하세요, 피스모모의 영철입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날 때면, 남학생들 사이에서 ‘게이 새끼냐?’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저는 게이라서, ‘그래 게이다. 뭐 어쩔래!’ 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는데요. 개인적인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퀴어 학생이나 교사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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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은 올해 44주년을 맞이합니다. 44년이 지나오는 동안, 5.18은 어떻게 기억되어 왔을까요? 어떤 기억들은 “아직도 그 이야기냐, 그만 좀 해”라는 말들로 중단하기를 강요받거나 일방적으로 삭제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 속에서 흐려질수는 있겠지만, 사라질 수 없는 기억도, 사라져서는 안 될 기억들도 있습니다. |
5월 22일, 피스모모는 제164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주관했어요. 연대발언으로는 고양 덕양중학교 학생 박효은, 김율, 손연진님과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의 한혜인 연구위원, 한베평화재단의 권현우 사무처장, 김가연 피스모모 리서치랩 실장이 함께해주셨습니다. 피스모모의 회원들과 연대발언자들이 함께한 합창도 있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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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팔레스타인 긴급행동과 함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에 참여했어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휴전안을 거부하고,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했습니다. 라파는 폭격을 피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던 피난민 140만 명 이상이 몰려 있는 곳으로, ’마지막 피난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
5월 14일에는 러시아 병역거부자 난민인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어요. 법무부에는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700여 시민들의 탄원이 제출되었습니다. 전쟁에 동참하기 거부했기 때문에 박해를 당하는 이들은 명백한 정치적 난민입니다. 자국에서 정치적, 종교적 박해를 피해 난민을 신청한 이들은 국제법상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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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에서 발행하는 첫 단행본 <교차하는 말들>, 이제 알라딘과 교보문고에서 전자책으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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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는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가려는 다정한 야심가들의 커뮤니티입니다. 서로 배움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피스모모, 이제 '모모'가 되실 시간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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