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은빛 달이 컴컴한 소나무 위로 떠올라 폐허의 돌무더기에 신비스러운 빛을 쏟아부었다. 모모와 기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란히 앉아 달을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은 그 순간이 지속되는 한 자신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임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아주 크고 밝은 달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어요. 미하엘 엔데가 말했던 ‘신비스러운 빛을 쏟아붓는 커다란 은빛 달’이 이런 달이 아니었을까 싶은 그런 달을요. 모모와 기기는 달을 마주 보며 그 순간 속에 영원히 죽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또렷이 느꼈다고 했어요.
구독자 님의 일상에도 이렇게 내 존재가 또렷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으실까요?
나의 존재를 가다듬을 여유 없이 숨가쁘게 지나는 나날이 훨씬 많지만, 시간은 참으로 신비한 것이어서 어떤 온전한 순간을 마주하면 그 찰나가 영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 찰나 속에 삶을 온통 바꾸어버리는 변화를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요.
피스모모에게는 9월이 그런 변화의 계절인 것 같아요. 2012년 9월 4일, 시작된 피스모모가 2021년 9월로 9년을 꽉 채우게 되었거든요. 한 해, 한 해 보내며 매해 9월을 맞을 때마다 커다란 달을 마주하듯 피스모모의 존재를 새롭게 마주합니다.
‘피스모모-다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피스모모-다움’을 고민하는 것,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피스모모의 꿈을 이루어가는 일은 피스모모가 더 다양한 존재들과 함께할 때 가능한 것 같아요. 모모레터는 그렇게 더욱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고, 귀기울이고자 하는 피스모모의 노력 중 하나입니다.
다음 주면 벌써 추석이에요. 추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조금 더 나아가서는 ‘가을 중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요.
이 레터를 받아보고 계시는 구독자 님, 달이 가장 예쁘다는 가을 날, 피스모모의 회원이 되어주시는 건 어떠세요? 모모와 기기처럼 신비로운 달빛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동행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으앗, 올해도 3개월밖에 안 남았네!” 이런 조급한 마음이 들려고 할 때, 잠시 숨을 고르고 달빛이 가장 좋은 밤으로 우리를 데려가 보기로 해요. 혹시나 태풍 때문에 이번 추석에 달을 못 만난다면, 모모와 기기가 마주했던 폐허 같은 돌무더기에 신비스러운 빛을 쏟아붓던 커다란 은빛 달을 마음 속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구독자 님, 소중한 사람들과 서로의 존재를 충분히 고마와하는 그런 추석 되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