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이 없는 지구를 생각할 수 있나요?

2021. 9. 28.

2021.09.29

MOMO, LETTER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시간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모모의 거북이 친구 카시오페아입니다. 질문을 하나 드려봐요, 한번 상상해 보시겠어요.

식물이 없다면 지구의 색은 얼마나 심심할까요.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 신혜우의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다 문득 저 문장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사실 질문은 아니었어요, 식물이 없었다면 지구의 색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어쩌면 심심할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저에게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정말 지구에 식물이 없다면 지구는 어떤 색일까요. 특히, 녹색식물이 없었다면 지구의 색은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요.

엽록소를 가진 엽록체는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만드는 공장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빛을 활용해 자신이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식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지요. 식물을 먹고, 식물을 먹는 동물을 먹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취하는 인간의 생존 방식과 비교한다면 놀랍기도 합니다.

오늘의 모모레터는 <식물학자의 노트>에서 담고 있는 많은 내용 중에서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그 중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칼랑코에'가 있는데요,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해요. 저도 칼랑코에 사진을 보고 문득 떠올랐어요, 몇 년 전에 친구에게 선물한 식물이었거든요. 앙증맞게 핀 꽃에 매료되어 화분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이타적인 식물

'칼랑코에 다이그리몬티아나 Kalanchoe daigremontiana'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수천의 어머니 mother of thousands'라는 별명처럼 모체는 잎 가장 자리에 자리한 작은 식물체가 완전히 스스로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키웁니다.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식물을 키우는 것을 이타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한가 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인간에 비유해보면, 나와 유전자가 완전히 같아도 복제인간처럼 전혀 다른 개체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에너지 경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칼랑코에는 작은 식물을 키워내고 독립시킵니다. 동물의 경우를 본다면 자손을 키우고 돕는 행동이 특별하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생존해야 하는 식물 입장에서는 자손이라도 햇빛과 영양분을 나눠야 하니, 달가울 리 없죠. 분명 칼랑코에의 행동은 이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글의 법칙'이라고 하면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글에는 칼랑코에처럼 협력하고 상생하는 식물들이 많습니다. 꼭 정글만이 아니겠지요.

땅 속을 들여다 보면 알 수 있어요. 식물과 식물 뿌리에 붙은 수많은 근균, 즉 곰팡이들이 연결되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소통합니다. 곰팡이들은 식물에 영양분을 주기도 하지만 식물과 식물을 연결하는 연락책으로서, 환경 변화나 외부 위험에 대한 경고, 주변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땅속 곰팡이를 통해 물과 다양한 물질이 이동하며, 작은 묘묙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거나 기증하는 나무도 있다고 해요.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식물을 구별하고, 생존과 번식을 돕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도록 진화해왔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답니다. 저자는 자연의 세계는 자연선택의 결과이며 경쟁과 약육강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하는 것이 식물의 세계에도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이타심이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질문합니다.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으면서 동물인 제가 모두 감각하지 못하는 세계와 삶의 방식이 식물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식물의 '이타심'이라는 것도 제가 상상하고 예측하기에 한계가 있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진화를 위한 방향으로 식물이 선택한 방식이 더욱 공존하기 좋은 방식이라면, 인간의 세계에서도 그리고 각각의 종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지구에서 모두 잘 진화하기 위해, 또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방식이겠다 싶었어요.

저는 식물이 없는 지구를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피스모모는 평화가 모두의 것이 되는,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꿈꿉니다. 오늘은 그 '모두'에 더 많은 존재를 구체적으로 떠올려 봅니다. 자신의 영양분을 거리낌 없이 나눠주는 칼랑코에도 함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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