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7. MOMO, LETTER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시간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모모의 거북이 친구 카시오페아입니다.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어요. 다음 주는 새로운 달이 시작되겠지요, 그리고 점점 더 추워지는 계절의 문턱으로 넘어갈 거고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때로는 잠을 깨우는 반가운 신호가 되기도 하지만 이내 낮은 기온으로 몸이 움츠러들어요. 계절이, 변화합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나 싶으면서, 역시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생각도 하면서, 그동안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돌아보게 되어요. 하루하루 꽉 채워 보낸 것 같으면서도 텅텅 비어있기도 한 것 같고, 그러다가 달력에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는 일정이나 순간을 기록한 사진을 보면 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한 해를 보내고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는 이 시기를 보내면서 함께 읽고 싶은 구절이 있어 나눕니다.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이라는 책의 '오리의 털갈이'에 소개된 내용이에요. 아름답고 무용한 시간 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소멸하도록 놔둘 줄 알아야 한다. 새들처럼 말이다. 낡은 깃털을 건강하게 빛나는 새 깃털로 바꾸기 위해 새들은 소멸을 받아들인다. 사실 털갈이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완벽한 깃털 없이 새는 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털갈이처럼 과거의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발전할 수 없다. 또한 털갈이의 시간은 나약함의 시기다. 새들은 털갈이를 하느라 때로는 날아오르는 능력조차 잃어버린다. 오리가 그렇다. 우리는 이를 털갈이 이클립스(eclipse)라고 부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 시간을 가리키는 멋진 표현이다. 새들은 소중한 깃털이 새로 자라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신중한 태도로, 나약함을 인식하며, 고요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움직임은 자제하며, 그렇게 새는 기다린다. 재생이 일어나고 마침내 힘과 아름다움을 되찾을 때까지.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이클립스. 일식과 월식을 가리키는 말이며, 여기서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털갈이를 하기 위해 날아오름을 잠시 멈추고 인내의 시간을 가진다니, 저로서는 무척 놀라웠습니다. 왠지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고요.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 회색신사에게 저당 잡혀 버린 사람들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모모는 모험을 떠납니다. 피스모모는 시간의 부재가 어떻게 폭력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삶의 기쁨을 뒤흔들 수 있는지 성찰합니다. 촘촘하게 짜여진 현대사회에서 공백의 시간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탈피와 재생의 시간을 개개인이 충분히 확보하고 향유할 수 있다면, 잠시 멈추어 고개를 들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찰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우리가 만들어가는 평화는 어떠한 모습일지 함께 그려보고 싶습니다.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에서 다양한 새를 만나며 그들의 삶을 상상해 봅니다. 이해의 폭이 높지 않아 늘 제한적으로 그려보지만 루틴을 정하지 않고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인지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하루를 보내는 새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구독자님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 시간은 언제인가요, 필요한 시기를 직감하고 있으신가요? 잠시 호흡을 고르며 각자의 아름답고 무용한 시간을 챙기는 하루가 되시길, 그리고 올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마침내 힘과 아름다움을 되찾을 때까지 말이에요. 프로그램 안내 |
평화와 서로 배움의 이야기, 피스모모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레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