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0. MOMO, LETTER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시간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지렁이라는 이름은 땅에 사는 용이라는 의미를 가진, 땅 지(地)자에 용 용(龍)자를 쓰는 지룡(地龍)이 구개음화를 거치며 디룡이 되었다가 지렁이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지렁이가 많은 땅은 비옥한 땅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지렁이는 유기물이나 흙을 먹는데, 먹은 음식의 20% 정도만 소화시키고 나머지는 그냥 잘게 부수어 똥으로 배출한다고 해요. 지렁이가 똥으로 배출한 유기물은 일반 유기물보다 잘 분해되고 흡수도 쉬워 식물들이 훨씬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무기질 양분도 풍부해서 흙을 아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지렁이는 매일 자기 몸무게의 두 배나 되는 똥을 싼다고 하니 지렁이가 많은 땅이 건강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지렁이가 운다는 사실도 알고 계신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렁이의 종류는 수백 종에서 수천 종에 이른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더 찾아봐야 알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수많은 지렁이들 중 약 160여 종의 지렁이는 소리를 내어 운다고 합니다. 김용택 시인은 ‘지렁이 눈’이라는 동시에서 지렁이의 울음소리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애둘애둘애두루루 애두루루애두루루애두루루” 밤의 고요한 시골길, 귀뚜라미 소리인 줄 알고 지났을 그 울음소리가 어쩌면 지렁이의 울음소리였을 수도 있다고 해요. 진화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찰스 다윈은 노년 시절 집 안에 큰 항아리를 들여놓고 지렁이를 관찰했다고 합니다. 그의 지렁이 연구는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는데요. 그 책을 통해 다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벌판이든 지표의 흙 전체가 몇 해 단위로 지렁이 몸통을 거쳐 왔고, 앞으로도 거쳐 갈 것이라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쟁기는 사람의 발명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소중한 것에 속한다. 하지만 사실 사람이 지구에 살기 훨씬 오래전부터 지렁이들이 땅을 규칙적으로 쟁기질해 왔고 지금도 변함없이 땅을 갈고 있다. 세계사에서 이 하등동물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일을 한 동물들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애둘애둘애두루루 다윈이 말한 것처럼 지금 사람들이 발 디디고 선 땅은 사실 지렁이의 몸통을 거쳐 온 흙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 이 지구에 좋은 흙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건 모두 지렁이 덕분인 것이지요. 하지만 지렁이가 이렇게 곱게 쟁기질 해 놓은 땅에 사람들은 대체 무슨 짓을 해온 것일까요? 강원도 춘천시에는 십 년이 넘도록 방치된 드넓은 땅이 있습니다. 그 땅에서는 종종 시꺼먼 폐기름과 폐기름에 절은 나무 전신주, 기름에 부식된 드럼통들이 발견되고는 합니다. 정화작업이 완전히 완료되었다는 선언이 무색하게 이런 오염물질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요.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이 땅에도 지렁이는 여전히 쟁기질을 할까요? 지렁이의 안부를 묻고 싶은 땅이 있어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옛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부지입니다. 지난 10월말 캠프페이지 부지에서 또 다른 오염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전에 발견된 오염보다 더 심각한 오염이라고 해요. 지렁이는 피부를 통해 숨을 쉬기 때문에 비가 많이 와서 땅이 젖으면 지표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쉰다고 알려져 있죠. 끈적끈적한 썩은 기름으로 찌든 땅에서 지렁이들은 여전히 쟁기질하며 살고 있을까요? 11월 21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 아트 스페이스 이색에서 피스모모가 준비한 전시가 진행됩니다. <흙에서 기름으로, 기름에서 흙으로> 이 공간에서 모두의 것으로서의 땅, 모두의 것으로서의 평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으면 해요. 카시오페아의 친구,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프로그램 안내 |
평화와 서로 배움의 이야기, 피스모모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레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