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더슬래시는 평화와 커먼즈로 세상을 보는 피스모모의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2021년 10월, '징병, 국가가 군사로 부른다는 것'을 주제로 시작을 알렸던 더슬래시가 벌써 1년을 지나왔습니다. 매 월 새로운 주제를 평화와 커먼즈의 시각으로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더슬래시의 글들을 점점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는 것을 보면서, '묵묵히 쌓아가는 것'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더슬래시는 매 달 2000여명의 독자분이 즐겨 찾아주고 계셔요. 어떤 분들이 더슬래시를 클릭하시는 지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더슬래시에 보내주시는 기대감에 감사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
2022년의 남은 세 달 동안에는 새 글은 잠시 멈추고, 지난 더슬래시의 주옥같은 글들을 '다시 읽는' 기간으로 삼아볼까 합니다. 어떠신가요? 한 주에 한 번 지난 글들을 큐레이션한 레터를 보내드리고자 해요. 징병, 난민, 여성 등의 지난 주제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부글거리는 주제이니까요.
더슬래시의 1주년을 곱씹을 만한 기획들도 더 준비되어 있으니 구독자님도 기대해주세요! 그럼, 1주년 특별 레터 시작합니다👏
군인이자 보호자로 교육 받은 남성들은 타자를 피보호자가 아닌 동료 시민으로 만날 수 있을까? 군인-보호자 남성성을 습득하는 체계적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면, 배운 것을 잊어버리고 타자와 동등하게 만나기 위한 ‘재사회화’ 교육을 해볼 수는 없을까? 실제로 UN은 무력 분쟁이 끝난 지역에서 분쟁에 참여한 소년병을 포함한 모든 군인들의 재사회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성차별주의도 전쟁 체제도, 독립적으로는 서로를 넘어설 수 없기에, 거대한 구조 앞에서 당장의 교육과 만남이 미약해보이는 순간도 많다. 그러나 인간 존재 내부의 중요한 심리 변화가 결여된 공적 질서의 구조적 변화는, 심지어 그것이 혁명적일지라도 비효율적인 것이 되고 만다(189p)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의 만남과 감정의 나눔만큼 확실한 변화도 없다.
군사주의 사회에서 이 ‘보호’는 ‘강한 힘’, 즉 무력 사용을 의미한다.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쟁에 무기를 들고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세계 여러 나라들에 무기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생존을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하고 동맹국들이 무기한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무기와 용병 지원을 골자로 하는 ‘남성적’ 결속을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요구한다. 그간 이러한 ‘남성적 동맹’은 국제사회의 권력질서를 형성해왔다. NATO는 그야말로 남성적 동맹의 국제적 형상이다. 색깔이 다른 외부의 적에 대항한 싸움에서 서로 힘을 보태주겠다는 약속으로 뭉친 패거리. 패거리라는 말이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절치 않은 것은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벌이는 전쟁이라는 지독한 현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무기지원을 통한 연대를 호소하고, 그러한 연대가 우크라이나를 구원할 최선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성자 재블린’을 추앙하는 동안, 과연 그 무기가 파괴할 삶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까?
학교가 시민교육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장과 함께 문화적 변화도 필요하다. 교사가 입시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제도가 보장되어야 하며, 동시에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을 신뢰하는 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 민감한 사회현안을 교실 안에서 논쟁적으로 다룰 수 있으려면 교사의 정당한 정치적 발언을 보장함과 동시에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평등한 교실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경쟁 중심의 입시 제도와 객관적 점수를 공정한 경쟁이라고 착각하는 문화가 바뀌는 것일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