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은 언제 봄이 왔다고 느끼셨나요? 이제는 여름도 성큼 다가온 듯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온이 점차 따듯해지면서 꽃이 피고, 연둣빛 잎이 보일 때 봄을 많이 감지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봄을 알려주는 식물들은 봄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꽃을 피우고, 새싹을 피워내는 걸까요? 식물들은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하며 계절을 놓치는 경우가 왜 없을까요? 매해 3-4월이면 꼬박꼬박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식물들을 보면 참 놀랍습니다. 모두가 일제히 동시에 피지도 않지만 시기를 놓치지도 않지요. 

모든 생명체들, 바이러스까지도 생체에 시간을 감각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요. 그 시간의 주기는 생물 종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각각의 존재가 모두 자기만의 시간을 가늠하는 방법이 있는 셈이지요. 늦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대부분 따듯해진 기온을 감지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꽃을 피웁니다. 온몸으로 공기의 온도를 감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조금 일찍 먼저 알려주는 개나리, 진달래와 같은 꽃들은 어떻게 봄의 시간을 감각할까요? 이들이 피우는 꽃은 사실 이전 해 늦가을에 피워낸 것이라고 해요. 겨울의 낮은 기온과 짧은 해를 보내는 동안 겨울잠을 자고, 기온이 따듯해지기 시작하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 그 미세한 변화의 순간을 감지하여 그야말로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꽃을 피워내는 것입니다. 어느 봄날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활짝 핀 것처럼 보이는 개나리와 진달래는 사실 지난 늦가을부터 어느 순간도 놓치지 않고, 매순간 시간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온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의 온도와 햇빛, 그리고 그다음 순간의 온도와 햇빛을요. 

운명의 시간을 감지하는 봄꽃의 놀라운 지혜를 생각하다 보면 운명이란 그냥 찾아오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을 온전히, 그리고 섬세하게 감지하다 보면 어느새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그 시간을 알아보면 위대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호라 박사의 말처럼요. <모모>의 한 구절을 나누며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