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용산 #캠프페이지 #미군부대 #반환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결정은 매우 급하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사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하향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반대에 부딪히자 나흘만에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혔고요. 878억원을 들여 영빈관을 신축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급히 말을 거둬들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관저로 사용할 예정이었던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은 5개월 째 비어있다지요?
세금을 사용하는 결정, 공공을 대표하는 결정에 있어 이런 번복은 신뢰를 깨뜨립니다. 공공영역이 신뢰를 깨뜨리는 장면들은 곳곳에서 목격되지요. 일례로, 피스모모와 더슬래시가 주목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의 경우,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시민들과 춘천시, 강원도의 결정이 이리저리 엇갈리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10월 셋째 주의 더슬래시 레터, 녹색연합 신수연님의 글과 피스모모 가연님의 글을 보내드립니다. 모두를 위한 결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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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단상 / 신수연
사실 대선 기간 내내 ‘여백의 공간’을 뒤흔드는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새만금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 그리고 해양생태도 1등급 가덕도에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공론화를 통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건설 반대’가 우세했고, 전략환경영향평가상 ‘반려’된 제주 제2공항 사업도 재검토 혹은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곳만은 지키자”며 여러 보호구역으로 중복지정한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거대 여야정당 양자구도로 치러진 대선 국면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속 우리는 자연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 우리의 시간 공간 자원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다.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무분별한 개발사업에 제동 장치는 면제되고, 이미 폐기되었거나 반려된 개발사업이 공약으로 제시되었다. 그 여백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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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널찍한 결정
바르셀로나시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모든 이해관계자와 대중들이 대화를 통해 슈퍼블록 전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 이를 위해 중앙 부서와 자문기구가 프로젝트 자체와 이후 실행을 확인하고 모니터한다. 또한 공모를 통해 선정된 8개 팀들은 지역 주민, 연합체, 금융 기관, 전문가 연합과 함께 새로운 공공공간 모델을 적용을 위해 협력한다. 바르셀로나 슈퍼블록의 결정은 모두의 권리를 향해 있으며, 그 결정 또한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용산과 캠프페이지의 결정은 좁고 뾰족하다. 결정에 관여하는 주체도 매우 적을뿐더러, 권한도 정치적 권력을 가진 몇몇에 비균형적으로 쏠려있다. 그 방향성도 해당 공간에 ‘무엇’을 짓거나,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다소 편협하고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되어 있다. 용산과 캠프페이지를 놓고 벌이는 결정들이 쉽게 좌절되고 번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그 결정이 널찍하게 퍼져 있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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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결정, 모두를 위한 과정
캠프페이지의 활용안을 놓고 벌어진 결정들은 템펠호프의 것과는 달리 ‘무엇’에 응집되어있다. 캠프페이지에 ‘무엇을’ 지을 것인지, 캠프페이지에 ‘무엇이’ 생겨야 춘천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인지, 캠프페이지에 ‘무엇이’ 있어야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게 될지. 무엇에 초점을 맞춘 결정은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상충되고, 제한되고, 변모된다. 무엇에 초점을 맞춘 결정은 춘천시민의 1%, 강원도민의 0.08 %에 불과한 의견을 무엇을 짓기 위한 ‘동의’로 재빠르게 등치시켰고, 그 결정에 참여했어야 마땅한 99%의 시민들을 소외시켰다.
캠프페이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과정을 결정하면 어떨까. 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개발을 한다면 ‘어떠한’ 방식이어야 하는지, 그런 결정에 누가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오염 정화 작업은 누가 ‘어떻게’ 지켜볼 것인지, 그리고 캠프페이지라는 땅의 의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모두를 위한 공간, 모두를 위한 결정은 ‘어떻게’를 논의하는 과정에 자리한다. ‘무엇’을 위한 숨 가쁜 결정 보다, ‘무엇’으로 가는 길을 다듬는 절차와 과정을 결정한다면, 캠프페이지도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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