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은 유난히 가을볕이 반짝였습니다. 색색의 단풍도 절정을 이루었고요. 하지만 너무 슬폈습니다. 가을 밤을 즐기던 수많은 생명들이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에요. 그 날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평화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었을지 모를 여러 얼굴들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픔들을 애도하며 레터를 보냅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달 부터 한반도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의 군사훈련이 계속되고 있어요. 한반도는 그야말로 긴장의 중심에 있는 듯 보입니다. 어떻게하면 이런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현실적인 긴장에 발을 디디고 긴장 '너머'를 상상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요? 지금 시점에서 여전히 고민해야 할 글들을 11월 첫 주 더슬래시 레터에 담아 보냅니다.
두 번의 분단과 대한민국의 선택 / 김준형
한반도의 분단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첫 번째 분단은 2차대전 직후 연합국의 일방적 합의로 38선이 그어졌으며, 남북한에 각각 미·소 군정이 실시되었다. 두 번째 분단은 한국전쟁의 결과로 초래된 휴전선인데, 38선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분단의 선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분단의 기원을 후자에만 둔다. 미국의 책임을 가리고, 전쟁의 나락에서 절반이라도 구한 구원자의 은공만 부각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민족의 천형, 분단은 강대국 논리에 의해 강제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전히 분단이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향후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 부활하고, 재이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는 후쿠시마 이후 일본과 제주 강정 마을에서 동료들과 나름의 평화 활동을 실천해왔다. 나에게 평화 활동은 우리가 만들어가려는 사회가 비판과 저항, 반대와 찬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시각과 창조하는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자연농법과 먹거리 교육이었다. 하루 세 번의 밥상에서 세상사를 알 수 있다. 꼭 모두가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내가 먹는 이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누구의 손에서 자랐는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세상은 내가 서 있는 자리부터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 생명이 나에게 전해오기까지 온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소중하게 여기고, 이 생명이 자라기까지 들었을 노고와 상업적인 과정에서 희생된 존재들의 고통을 존중하며. 세상을 덜 고통스럽게 연결해 나갈 방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캠프페이지에 핵무기 사고가 있었는지,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고엽제와 제초제는 어디에 묻혀 있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에 갇혀 있다. 고엽제의 경우, 반환 당시 환경오염 조사에서 빠져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방사능 오염의 경우, 핵물질이 누출되었다는 소문에 근거하여 환경조사에 ‘방사능 오염 조사’가 포함되었지만, 그 수치가 기준보다 낮게 나와 지표면과 대기 침토양에서 방사능 오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마무리되었다. 핵물질에 대한 증언이 있었던 2011년 당시, 시민사회는 국방부에 2005년의 환경조사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핵무기 사고에 대한 재조사도 요청했다. 그러나 캠프페이지를 둘러싼 오염 문제와 은폐는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2020년 10월에 캠프페이지에서 발견된 30여 개의 폐유 드럼통은 반환 전 환경조사를 통해 오염이 되지 않았다고 확인된 지역에서 발견되었고, 지금까지 핵물질 누출에 대한 주한미군이나 국방부의 해명은 없다.